영화 다우트 긴글쓰기(2차 수정본)

        영화 “다우트”에서 나는 알로이시우스 수녀의 의심과 회의보다는 영화의 배경인 성 니콜라스 교구에 유독 관심이 갔다. 영화 속에서 성 니콜라스 학교는 진보적 또는 보수적 환경의 상반된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시대가 변했으니 학교도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사고를 지닌 플린 신부가 교정에 나타날 때 학생들은 쿵쾅거리고 뛰어다니고 서로 장난을 거는 개구쟁이 초등학생들로 변신한다. 심지어 신부님에게 연애 상담을 받기까지 한다. 현재 미국 초등학교의 풍경과 다를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개방적 분위기는 통제와 처벌만이 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알로이시우스 수녀의 등장과 함께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학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책상에 부동자세로 앉아 칠판만을 바라본다. 간혹 라디오를 듣는다거나 머리에 핀을 꼽아 외모를 치장하는 등 수녀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바로 원장실 직행이거나 매서운 손바닥 매를 등에 맞게 된다. 이러한 교육 방식의 차이는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우스 수녀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고조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교육적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학생들은 일탈을 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들에게 통제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방침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켜 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통제는 표면적으로 질서를 잠깐 유지시킬 뿐, 오히려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고조시켜 심각한 내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영화에서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달콤한 먹거리(사탕 또는 아이스크림), 즐거운 유희(캐롤송 발표회), 호감(남녀 간 교류 절대 금지령) 등 아이들의 원초적 욕구와 관계되는 요소들은 거의 봉쇄하다시피 하였다. 하지만 지나친 통제 속에 그 동안 얌전한 모범생이었던 “지미 헐리”가 갑자기 선생님 앞에서 무례하게 행동하는 돌발행동을 보이게 된다. 또한, 유일한 흑인 학생인 도널드 밀러는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나 매슬로우에 따르면 인간의 돌발적 이상 행동은 모두 자신의 욕구가 적절한 때 방출되지 못하여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폐쇄적이고 엄격한 교육 환경일수록 학생들의 돌발 행동이 잦아지고 그들은 스트레스를 배출하기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 왕따가 그 예시이다. 집단 따돌림은 주로 학생들의 신경증적 불안이 전혀 그와 관계없는 다른 대상에게 전도될 때 일어나게 된다. 이 때 그 대상은 주로 사회적인 약자가 된다. 이처럼 학생의 욕구를 무조건 배제시키는 교육 환경은 학생들의 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다.


          플린 신부가 추구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육 방식은 수업 분위기를 활기차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원장 수녀 앞에서는 부동자세로 얼어있던 아이들이 플린 신부에게는 웃음과 미소를 내보이며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영화 속 장면이 있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배려한다면 그들은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또한, 약자를 쉽게 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개방적 교육 환경은 열린 사고를 학생들에게 심어준다. 흑인 학생인 도널드 밀러도 플린 신부의 배려를 통해 복사를 하고 몇몇 친구들과 말도 하며 서서히 학교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플린 신부가 도널드 밀러를 특별히 배려하는 것을 학생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시기하지 않았다. 알로이시우스 수녀는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만약 플린 신부의 배려가 없었다면, 도널드는 백인 학생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껴 결국 자퇴하고 말았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학교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있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도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유로운 환경 하에선 자칫 기본 원칙들조차 지켜지지 않는 아노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본 원칙에 대한 엄격한 통제는 하되, 융통성 있게 학생들의 자유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육은 사회화와 기회 균등이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학생들은 일종의 사회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 집단 생활을 하며 사회성이나 협동심 등 여러 가치를 터득한다. 학생들의 욕구를 무조건 억압하여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게 하는 것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인이 돼서는 자신의 욕구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다. 하지만 유년기에 욕구들이 억압되었다면, 그 불만이 뒤늦게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교육은 모두에게 동등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여 사회적 약자에게도 신분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서 의미 있다. 사회적 약자는 쉽게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아 애초에 남들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없다. 개방적인 교육 환경 내에선 학생들과 가깝게 접근할 수 있어 이러한 소외되거나 사회적으로 약자인 아이들을 신경 쓰고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교육은 이 교육의 두 가지 목적에 잘 부합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점차 학생들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많은 학교가 두발 제한 규제를 풀고 강제 자율학습도 자발적인 학습으로 변경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학생을 규제하려는 기성세대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요새 신문에는 유독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우리나라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매우 힘들어한다는 기사가 많이 뜬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학교 내 다른 인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인 1960년대와 유사한 것 같다. 플린 신부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를 통해 약자 도널드 밀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도 좀 더 개방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by 미네르바 | 2009/11/09 15:07 | 영화 Doubt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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